전기차(EV)는 ‘친환경 이동수단’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습니다. 주행 중 배출가스가 없고, 도심 공기질 개선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점은 분명히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거리마다 늘어나는 전기차와 충전소 역시 이런 변화에 힘을 더하고 있죠. 하지만 전기차의 진정한 환경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로 위에서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만 보고 친환경이라 단정 짓지만 전기차의 심장인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울 들여다보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기차의 배터리가 좌우하는 탄소 발자국부터 인권문제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배터리가 좌우하는 탄소 발자국
전기차 환경 부담은 상당 부분 배터리 생산에서 시작됩니다. 배터리 제조는 전기차 생산 전체 탄소배출량의 30~60%를 차지합니다. 특히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하는 SUV형 전기차일수록 제조 단계의 CO₂ 배출량이 커집니다. 스웨덴 환경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1 kWh 용량의 배터리를 만드는 데 평균 150~200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배터리 용량이 60 kWh라면, 출고 순간 이미 약 912톤의 CO₂가 배출된 셈입니다. 이는 중형 내연기관차를 2~3년 운행하며 내뿜는 양과 비슷합니다. 특히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SUV형 전기차일수록 제조 단계 타소배출이 더 크게 늘어납니다. 전기차는 무조건 친화경이라는 이미지이지만 배터리 자체가 엄청난 탄소 발자국을 남기는 수치를 보면 무조건 무공해 차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기술의 편리함만 있는 게 아닌 책임도 수반된다는 사실입니다.
2. 자원 채굴의 환경·인권 문제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 배터리 핵심 원자재는 대부분 해외 광산에서 채굴됩니다. 리튬의 주요 생산지는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의 ‘리튬 삼각지대’입니다. 이 지역은 염호(소금호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데, 대규모 증발지 설치로 막대한 양의 지하수를 소모합니다. 이는 인근 농업·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코발트의 70% 이상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되며, 여기서는 아동노동과 작업장 안전 부재 문제가 국제적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에코라이프를 꿈꾸면서도 지구 반대편 아이들의 위험한 채굴 소식을 접할 때면 누구를 위한 친환경인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데요. 비공식 소규모 광산(ASM)에서는 안전 장비 없이 광부들이 협소한 갱도에서 작업하며 붕괴·중독 사고가 빈번합니다. 니켈 채굴 역시 열대우림 훼손과 산성 광산배수로 인한 수질오염을 유발합니다.
3. 제조 공정의 숨겨진 탄소배출
원자재 채굴 후에도 환경 부담은 끝나지 않습니다. 배터리 셀 제작 과정에서는 고온 소성, 금속 정제, 화학 처리 등 에너지 집약적 공정이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 사용되는 전력이 화석연료 기반이면 CO₂ 배출량은 더욱 커집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배터리 생산의 절반 이상 탄소배출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합니다.
4. 사용 후 폐배터리와 재활용 과제
전기차 배터리의 평균 수명은 8~15년입니다. 이후 성능이 저하되면 교체가 필요합니다. 폐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유기전해액 등 독성 물질을 포함해 부적절한 처리 시 토양·수질 오염과 화재 위험을 초래합니다. 현재 리튬 재활용 기술은 회수율이 30~50% 수준에 머물러 있고, 코발트·니켈은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회수율이 더 높지만, 공정 과정에서 추가 에너지와 비용이 발생합니다. 일부 폐배터리는 ESS(에너지 저장 장치)로 재사용되지만, 전량을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많은 한계가 있지만 재활용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길 바래봅니다.
5. 기술 · 정책 혁신과 대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처럼 코발트·니켈 사용량을 줄인 기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화재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정책 측면에서는 EU가 2030년부터 배터리 재활용 비율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원자재 공급망의 윤리적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한국도 2025년부터 폐배터리를 체계적으로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것을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런 정책이 계획에만 머무르지 않고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져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기를 기대합니다.
전기차는 운행 단계에서 대기질 개선과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과 인권 문재를 외면한다면 ‘완전한 친환경’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진짜 친환경 이동수단을 만들려면 기술 개발뿐 아니라 배터리와 재료생산, 공급 과정의 투명성,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전기차 전환의 진정한 가치는 배터리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력망 전환이 병행될 때 실현됩니다.
미래 교통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정부나 제조사만이 아니라 소비자도 함께 책임 있는 선택을 할 때 결정됩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할 때 전기차는 환경과 편리함을 아우르는 미래의 교통수단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