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Electric Vehicle)는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미래 교통수단의 대표주자로,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 그리고 소비자의 높은 관심까지 더해지면서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기차=친환경”이라는 공식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전기차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짚으며,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과학적 관점에서 전기차의 환경 영향을 알아보겠습니다.
운행 중 탄소배출 감소 효과
전기차의 가장 큰 매력은 ‘주행 중 배출가스 제로’라는 점입니다. 내연기관차는 단 한 번의 출발, 신호 대기, 주차 등 모든 순간마다 배기구를 통해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을 끊임없이 내뿜습니다. 반면 전기차는 가솔린, 디젤을 쓰지 않고 전기 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도로 위에서는 이론적으로 오염물질을 전혀 내놓지 않습니다.
도심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PM2.5)의 상당 부분이 자동차 배출가스라는 국내 환경부 발표처럼, 대량의 전기차 보급은 도시 전체의 공기질 개선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평소 출퇴근 할 때마다 미세먼지가 걱정돼 마스크를 챙기고 오늘은 미세먼지 농도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는데요. 서울시가 시범 도입한 전기택시, 전기버스는 실제 운영 이후 주요 교통 요지의 미세먼지 농도를 눈에 띄게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또한, 전기차는 정차 중 엔진 작동이 없으므로, 기존 차량이 야기하는 도심 소음공해까지 줄여주는 부수적 효과를 지닙니다. 주행 특성상 진동/소음 역시 현저히 적은 것도 장점입니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는 수명주기 분석기준으로, 동일 거리를 달릴 때 내연기관차 대비 40~60%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합니다. 차량의 수명이 길수록, 배터리 용량이 효율적으로 쓰일수록 이런 환경 이점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전기차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진 전기’로 달리는 가에 따라 실제 감축 폭이 달라집니다. 전력망이 청정하면 클린-모빌리티 효과는 더 커지지만, 오히려 전기가 화석연료 기반이라면 효과는 줄어듭니다.
배터리 생산과 자원 채굴의 환경문제: 보이지 않는 곳의 그림자
전기차의 심장은 바로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입니다. 하지만 이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는 복잡한 환경 및 윤리적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배터리의 주요 원자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은 대부분 남미(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 등), 아프리카(콩고 민주공화국) 등지에서 채굴됩니다. 이 과정에서 토양·수질 오염, 생태계 교란, 산림 파괴 등 심각한 환경 훼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발트의 경우,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이 콩고에서 나오는데, 이 지역에서는 아동노동과 노동 착취, 극도로 위험한 작업환경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까지 얽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윤리적 배터리’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역시 아름다움 뒤에 아동 노동력 착취와 여러 분쟁 등 어두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고민을 안기는데요. 진짜 친환경이 뭘까 생각하게 됩니다. 리튬과 니켈 또한 채굴 시 많은 양의 물과 에너지가 소비되고 광산 주변 오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원소 채굴을 마친 후 배터리 셀로 조립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고온 소성, 정제, 소재 가공 등 복잡한 공정에 막대한 전력이 들며, 이로 인해 제조 공정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의 배터리를 제조할 때 약 3~5톤의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전기차를 ‘무공해’로만 간주하는 것은 전체 수명주기 차원에선 반쪽짜리 진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기술은 꾸준히 진보 중입니다. 폐배터리를 회수해 ESS(에너지저장장치)로 다시 활용하거나, 희소금속을 회수하는 재활용(리사이클) 기술이 점차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현대/삼성 SDI 등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배터리 생애주기 관리’에 힘을 쏟는 중이고, 유럽연합(EU)은 2030년부터 배터리 재활용 비율 의무화 정책도 본격 시행할 예정입니다.
전력 생산과 친환경성의 한계: 충전은 무공해가 아닐 수도 있다
전기차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운행 단계’가 아닌 ‘전체 수명’의 관점에서 봐야 정확합니다. 아무리 전기차가 주행 중에 오염물질을 내지 않아도, 충전에 쓰이는 전력이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따라 환경 영향이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처럼 전체 전력의 90% 이상을 수력/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국가는 전기차의 탄소감축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실제로 노르웨이 오슬로는 신차 판매의 80% 이상이 전기차임에도, 전국 전체 전력망의 청정도가 높기에 도로·도시의 온실가스 급감 효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한국은 2023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60% 이상이 여전히 석탄, LNG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으로 필요한 에너지가 많아질수록, 연료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도로 위의 배출가스만 발전소 굴뚝으로 옮긴 셈이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전기차로 바꾸면 무조건 친환경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전기차 충전소를 볼 때마다 그 에너지가 여전히 석탄과 가스에서 나온다면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친환경 이동수단을 원한다면, 한국도 노르웨이처럼 석탄이 아닌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비율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현재의 전력 믹스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전기차 보급 확대가 전체 온실가스 감축에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에너지경제연구원, 2024년)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그리드의 친환경성’, 즉 전력 생산 구조의 전환이 동반되어야 전기차 시대의 진정한 친환경 효과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 V2G(차량-전력망 연계, Vehicle-to-Grid 등 스마트그리드 연계, 태양광·풍력 등 분산전원 확대정책이 더욱 시급히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태양광, 해상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며, 전기차 보급과 함께 ‘RE100’(기업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내세우며 충전 거점의 친환경성까지 강화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기차는 도심 대기질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에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배터리 생산‧자원채굴, 그리고 전력 생산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절대적 '친환경'이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술 발전과 정책,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전기차가 미래 친환경 모빌리티의 진짜 해답이 될 수 있겠습니다.